일상 다반사

금목서 향과 함께하는 만추의 산책, 진정한 기쁨은 가까운 곳에...

다함이 없는 등 2023. 10. 19. 15:46

제목을 쓰고 보니 너무 할아버지 같네요.😂

어쩌겠습니까, 제 감성이 그렇습니다..

 

저는 추위를 많이 타서 가을을 그다지 반기지 않습니다.

가을은 너무 짧게 지나가고 곧 혹독한 추위가 다가오니까요.

그렇지만 올해는 여름이 유난히 습하고 더웠기에 요즘의 산뜻한 날씨를 매우 즐기는 중인데,

생각해 보니 곧 겨울이 다가올 것이라는 두려움에 지금까지의 가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어리석음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내 호흡을 향기로 채워주는 금목서

 

 

가을 산책을 즐겁게 하는 것들

올해 이사 온 집 근처에 금목서가 많아 금목서 향기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달콤한 향이 아주 강하고 멀리 퍼져 만리향이라고도 하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향수를 일절 쓰지 않으며 방향제도 좋아하지 않는데요.

금목서 향은 인간이 만들어낸 세상의 어떤 향보다도 아름답고 향기롭습니다.

게다가 꽃의 생김새도 너무 앙증맞고 색도 깜찍합니다.

 

남편과 저는 전원주택에 사는 것이 꿈인데, 마당을 갖게 된다면 금목서를 1등으로 심을 것입니다.

 

 

 

 

은목서? 구골목서?

 

 

은목서(천리향)도 금목서와 같은 향기를 냅니다.

하지만 향이 조금 약해요.

 

저는 이 친구가 은목서인 줄 알았는데, 구별법을 찾아보니 이렇게 잎에 가시가 있는 듯 삐죽삐죽한 것은 구골나무와 목서를 교배한 교배종, 구골목서라고 하네요.

하지만 향은 은목서와 비슷하게 좋습니다.

 

 

 

 

벌새 아니고 박각시 나방

 

 

칠자화 나무에서 아주 바쁘게 움직이는 친구가 있길래 셔터를 아주 난사해서 겨우 한 장 건져봤습니다.

엄청 재빨라요.

통통하니 귀엽게 생겼습니다.

흔히 벌새라고 생각하는 이 친구는 벌새가 아니라 박각시 나방이라고 합니다.

벌새는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다고 하네요.

 

 

 

 

넓은 집 있는 거미

 

 

사실 거미가 쳐놓은 멋진 거미줄을 찍고 싶었는데, 쉽지 않습니다.

거미만 허공에 둥둥 떠있는 듯 나왔네요.

 

저도 징그러운 벌레를 안 좋아하고, 거미줄이 몸에 걸리는 느낌이 들면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털어내곤 했는데요.

(거미줄이 걸리는 느낌은 지금도 싫음)

요즘은 전보다는 벌레들이 덜 징그러운 것 같습니다.

작은 벌레들도 각자 자신의 소명을 다하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놀라운 자연의 힘이 느껴져요.

 

거미는 인간처럼 비싼 대출 이자를 내지 않고도 스스로 멋진 집을 지어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남편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대신 먹잇감이 없는 곳에 집을 지었다가 굶을 수도 있는 리스크가 있으니 우리랑 비슷하지 않냐고 하네요. ㅎㅎ

그래도 저는 자연계의 이러한 모습들이 인간계 모습보다 훨씬 좋아보입니다.

필요한 공간에 필요한 만큼 집을 지어, 덜도 말고 더도 말고 필요한 만큼만 먹고 욕심 없이 살아가는...

 

 

 

 

 

소나무는 때가 되면 옷도 갈아입습니다.

 

 

때가 되니 알아서 노란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소나무도 신기하고 놀랍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운 천연색입니다.

 

 

 

 

낙엽 밟기 놀이

 

 

마지막으로, 조금 유치한 저의 취향을 고백합니다.

저는 바싹 마른 낙엽을 밟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사진처럼 많이 모여있는 곳일수록 좋습니다.

 

바사삭하고 부스러지는 소리, 그리고 공기가 빠져나가며 발에 느껴지는 그 감각이 참 좋습니다.

사진보다 더 바싹 마른 낙엽이 두껍게 많이 모여있는 위를 걸은 적이 있는데, 두꺼운 에어가 있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 감각에 온몸에 전율이 이는 듯 황홀감을 느꼈습니다.

 

조금 이상하고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제적 이득이나 무언가를 대비하는 일 따위와 무관하게, 그저 순수하게 즐기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일을 갖는다는건 의외로 중요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존나 멀리 있는 것이다.

라는 문구를 보고 빵 터진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등이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음을 이야기해도 실제 우리의 삶에서 그것을 실감하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는 뭔가 성취하여 원하는 모습으로 살게 되면 행복할 것이다라는 환상 속에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 생각 자체가 함정입니다.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거나, 취업성공, 승진, 결혼과 출산, 내집마련, 재산증식 등등...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 끝이 없습니다.

한가지를 이루고 나면 그것을 이룬 기쁨은 길게 가지 않고 곧 다음으로 바라는 것이 생기게 되죠.

 

물론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필요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열정과 노력, 힘든 경험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고 나면, 더 이상 뭔가 성취하고 이루어내는 것이 내 행복감과 무관함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성취가 소용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진정한 행복과는 별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나를 좀 더 풍족하게 하거나 덜 힘들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한낮에 산책할 시간이 있는 한가한 요가 강사의 태평한 소리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으나,

저는 대신 새벽 수업을 하고, 저녁 수업을 합니다.

직장인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지요. 게다가 돈도 적게 벌어요.

하지만 저는 행복합니다.

제가 선택한 것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잠시 시간을 내어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이것이 제게는 행복입니다.

 

 

읽는 사람이 몇 명 되지도 않을 것 같은 긴 넋두리는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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