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이야기

고유함에 대하여

다함이 없는 등 2023. 8. 17. 14:50

얼마 전 하타요가를 수련하는 분들께 전하는 포스팅을 쓰면서 '자신의 고유함을 인정하세요.'라는 문구를 포함한 적이 있습니다.

2023.07.26 - [요가 이야기] - 하타요가를 수련하는, 수련하려는 분들께

 

하타요가를 수련하는, 수련하려는 분들께

저는 아쉬탕가 요가처럼 너무 정해진대로 진행되는 시퀀스가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이완만 하거나 운동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싫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적당히 도전적이고 개

ohm-shanti.tistory.com

 

글이 너무 길어질까 봐 생략했지만, 최근에 '고유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고유함이란 요가 수련 뿐 아니라 삶 전체에서 각자가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유함이란 무엇이며 왜 소중할까요?

 

 

 

경남 밀양의 트래킹 길에서

 

 

우리 모두는 고유한 존재입니다.

이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낮에는 생활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는 것도 같습니다.

두 개씩 달린 다리를 이용해 걸어 다니고,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는 것도 같지요.

하지만 세상에 나와 똑같은 존재는 아무도 없습니다. 인구가 자그마치 80억 명인데도요.

나와 피를 나눈 형제자매, 심지어 일란성쌍둥이라 할지라도 나와 기호가 다르고 생각과 마음이 다릅니다.

 

지구별에 지금보다 인구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나 200억, 300억 인구가 된다면 나와 똑같은 사람이 생길까요?

 

우리나라 로또복권의 당첨 확률이 약 800만 분의 1입니다.

이 말은 약 1,600만이라는 경우의 수가 있다면 이 중에 둘은 완전히 같다는 것이죠.

그런데 어째서 인구는 80억 명이나 되는데도 완전히 같은 사람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까요?

비단 사람뿐이 아닙니다.

지구가 생겨나고나서부터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등장한 생명체 중에 완전히 같은 것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것들은 생김새가 같고, 유전적으로 같은 성질을 같고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들이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해서 서로 완전히 같은 생각과 감각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신비로움이 과연 과학으로 설명이 되는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생명은, 그리고 우리는 각자가 가진 무수히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이곳에 태어났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떠한 원인의 결과입니다.

각자가 세상에서 풀어가야 할 업(까르마)이 다릅니다.

 

 

 

우리가 괴로운 것은 고유함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그 집단 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규범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각자 고유한 존재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하나의 룰로 묶지 않으면 그 집단의 성장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사실 인류가 더 이상 성장, 발전해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가정이 큰 조직이고(대가족) 사회적 조직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반대로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큰 대기업이나 큰 도시가 생겨났습니다.

현대 사람들은 큰 조직을 이루어 일을 하고, 큰 도시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나고 자랐기에 그 밖으로 나가면 마치 낙오되거나 생존하기 어려운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인 조직과 도시가 커질수록 그 안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도 늘어납니다.

또 사람들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나와 비슷하길 원합니다.

옆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서로 같은 부류임이 증명되어야 함께 성장하고 나아갈 존재로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고유함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각자가 세상에 온 이유가 다르다는 것을 망각하고 살아갑니다.

그저 남들 못지않은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남들 못지 않은 승용차를 몰며, 남들 못지 않은 노후 대비를 하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닌가요?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은 딱히 우리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것 또한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일어난 결과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 안에서 큰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왜 남들과 같은 교육을 받고, 때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지..

심지어는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저도 그중에 하나였고요.

 

그렇다고 꼭 남들과 떨어진 시골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인처럼 살거나, 남들과 다른 특별한 루트를 살아야 고유한 존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왜 우리가 고유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 눈앞의 것만 성취하기 급급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인지, 뭔가 잘못됐다고 괴롭다고 느끼면서도 왜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유함의 가치

고유함이 최고의 가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각자가 각자의 고유함만을 주장한다면, 우리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뭉쳐서 조금씩의 희생을 감내해 가며 이뤄낸 성과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단지 저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고유함의 가치가 너무 저평가되어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나와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특이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의 고유함이 항상 사람들의 호감을 일으키는 형태는 아닐 것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사람을 볼 때 '찐따', '오타쿠' 같은 단어들로 내가 속한 조직과 떨어진 존재로 단정 짓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가 가진 고유함을 살펴보고 그 고유함을 자신만의 세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남들처럼 사는 것, 남들만큼 사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된 이 시대에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건데?"라고 물을 분들이 많으시겠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난 평범해.', '사람들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나라고 다른가?'라고 생각해 왔는데, 갑자기 내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라니.

세상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존재가 나 자신이라면, 조금 더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본인의 고유함을 알게 되는 좋은 도구, 요가

긴 글 끝에 '기승전요가'라서 죄송합니다만..^^ 저는 요가 안내자이자 요가 블로거이니 어쩌겠습니까?

 

요가는 고유함을 찾는데 훌륭한 도구입니다.

신체적으로 내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음 깊이 내재된 나의 고유한 면을 들여다볼 수 있지요.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련을 통해 수련의 깊이가 어느 정도 깊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매우 긴 시간의 수련을 통해 제 자신이 고유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말하는 이 고유함이란 것은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난 남들보다 A는 잘 못하지만 B는 더 잘해. 그리고 C는 나만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거야. 그러니까 난 고유해."와 같이 좁은 의미의 고유함이 아닙니다.

눈을 감고 깊은 집중을 일으키는 명상에 들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고유한 존재가 바로 나임이 드러납니다.

이것은 증명하거나 남들에게 설득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너무나 분명하게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외부에서 보는 시각으로 나와 남들을 비교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나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야만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 세상에 온 이유가 다르고 세상에서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요.

이 사실을 알기 전의 나와 알게 된 나 또한 다릅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르게 판단하고 다른 기분으로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또는, 용기를 얻어 과감하게 자신에게 맞는 다른 일을 선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저와 비슷한 체험을 해보지 않은 분은 다소 답답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얘 도대체 뭔 소리하는 거야?"

 

저의 내공이 모자라 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더 깊은 수련으로 의식 수준이 더 높은 사람이 되어 나은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아무튼 더 많은 분들이 본인의 고유함을 알고 마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그것이 요가를 통해서라면 더 좋고, 아니라고 하더라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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