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이야기

사바아사나는 꼭 필요할까? 송장자세 이야기

다함이 없는 등 2023. 11. 9. 13:58

제가 국내와 해외에서 들어본 모든 요가 수업의 마무리엔 꼭 사바아사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사나를 마친 뒤 모든 긴장을 풀고 송장처럼 누운 사바아사나는 편안하지 않을 수 없지요.

저도 사바아사나를 참 좋아하고 사바아사나가 가져다주는 효과를 체감하지만, 소문으로(?) 들리는 것처럼 몇 분 간의 사바아사나가 몇 시간의 수면과 같은 효과가 있다거나, 사바아사나를 건너뛰면 아사나를 안 한 것과 같다거나 하는 얘기엔 조금 의문이 있습니다.

 

 

 

저의 사바아사나 사진은 찾기 힘들어서.. 2021년 촬영한 요가 프로필 사진 중 하나입니다.

 

 

 

사바아사나는 언제부터 행해진걸까?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이것저것 알려드리고 싶은데 시간이 빠듯할 때가 있습니다.

또 제 수업에는 아사나 후 프라나야마와 명상이 이어지다 보니 그 사이에 애매하게 낀(?) 사바아사나의 시간이 조금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이런 소리를 했다간 회원님들께 원망을 듣겠지만 사바아사나가 꼭 수련에 필수적일까? 빼고 바로 호흡과 명상으로 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잠깐 한 적이 있습니다.

왠지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워서 호흡을 시키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ㅎㅎ

 

구글링으로 사바아사나의 기원에 대해 참고할만한 포스팅을 찾아봤습니다.

https://www.ashtangamelbourne.com.au/post/the-story-of-savasana

 

위의 포스팅에 의하면 사바아사나의 기원은 완전히 밝혀진 바 없지만, 15세기의 요가 경전 [하타요가 프라디피카]에서 최초로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시체처럼 등을 대고 누워있으면 이전의 아사나로 인한 피로가 사라진다."

 

또, 아헹가 선생님께서는 시간이 부족하여 완전한 수련을 할 수 없는 학생에게 꼭 해야 하는 필수적인 아사나로 2분간 물구나무서기, 5분간 어깨서기, 그리고 가능한 오랫동안 사바아사나하기를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볼 때 사바아사나가 필수적 요가 아사나 중 하나라는 것은 알겠으나,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모든 아사나 동작 후 5분~10분 행하는 것이 왜 공식에 가까운 것이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 위에서 사바아사나는 저희 아빠 특기입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누워서 피로를 풀어내는 자세이니 시퀀스 상 모든 아사나 뒤에 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요.

그렇게 해보니 좋고 편안하니 모든 수업에서 비슷하게 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담이지만 위의 사진은 지난여름에 찍은 부모님입니다.

저희 아빠는 제가 어릴 때부터 계곡이나 강가에 놀러 가면 늘 저렇게 물 위에 떠서 30분이고 1시간이고 주무시곤 했습니다.

이제 60대 중반을 지나 일흔을 향해 가시는 아빠가 물에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줄 몰랐는데, 이번 여름에는 아빠의 사바아사나와 아이처럼 물장구치는 모습을 다시 본 것이 가장 큰 소득이네요.

 

 

 

그래도, 사바아사나

본론으로 돌아와서, 여러 고민 끝에 제 수업에서도 마무리 사바아사나를 제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냥 누워있는 것일 뿐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바아사나처럼' 누워있는 시간을 가지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단단한 바닥에 매트를 깔고 뒤통수와 등, 엉덩이, 손등, 다리뒷면, 발뒤꿈치를 가지런히 바닥에 내려놓고 잠을 자지 않으면서도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일부러 시간 내서 하기 힘든 일입니다.

우리는 주로 누워있으라 하면 제멋대로 몸을 틀고 뒹굴거리거나, 스마트폰 보면서 누워있는 게 다잖아요. 

사바아사나도 나름 기술이 필요합니다. ^^

 

 

 

사바아사나,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찾아보면 몸을 일직선으로 잘 맞춰서 놓고 턱과 견갑은 어떻게 놓고 발의 각도는 어떻고 등의 지시어가 많습니다만 이것들을 다 신경 써서 하려면 사바아사나에서의 진정한 이완은 힘들지 않을까요?

 

제가 주로 신경 쓰는 포인트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몸의 모든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 팔과 다리를 적당하게 벌려 놓을 것

- 손등이 바닥으로 향하게 하여 어깨를 자연스럽게 열도록

- 가능하면 담요를 덮는 것이 좋다. 여름에 덥더라도 핸드타월이라도 살짝 몸에 올려놓으면 그 포근함이 깊은 이완으로 이끌어줍니다.

 

 

아~ 글을 쓰다 보니 사바아사나가 참 고픕니다.

노트북을 덮고 누워있다가 스르르.. 잠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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