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수련

보들보들 매실청 매실주 담그기

다함이 없는 등 2023. 7. 5. 23:59

저는 매실을 믿는 사람입니다. 매실의 효능이 소화계통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 계실 텐데, 저에게는 특히나 특효약인 것 같아요. 장이 조금 예민해서 신경 쓰이는 일이 있거나 하면 탈이 잘 나는데요. 그럴 때 매실차를 따뜻하게 한잔 마시거나, 매실청 원액 한 숟가락을 꿀떡 삼키면 정말 거짓말처럼 좋아져요. 그러다 보니 작년에 이어 매실청과 매실주 담그기에 또 도전했습니다.

 

 

매실주, 매실청 담그기 준비물

 

매실주, 매실청을 담글 때 필요한 재료입니다. 청매실은 5월~6월에 나와요. 지금은 이미 7월이니 이 글은 매우 게으른 철 지난 포스팅입니다. 내년에라도 봐주시는 분이 있기를 바라며 적는 글...

 

올해는 5kg짜리 청매실 한 박스를 샀어요. 설탕은 매실과 1:1 비율이니 설탕도 5kg 이상을 준비하고, 매실을 씻을 식초와 널어놓을 바구니도 구매했습니다. 술을 담글 거라면 담금주도 필요하겠죠. 저는 30도짜리 담금주도 구매했어요. 요가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서 정신을 어지럽게 하는 술을 아직도 끊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매실은 몸을 맑게 하니 대충이라도 비벼지기를 바라면서.

 

 

 

 

매실청에 들어갈 매실을 씻어 말립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매실을 세척하여 말리는 일입니다. 베이킹소다로도 빡빡 씻고 하시던데, 저는 대충 식초물에 좀 담가뒀다가 씻었어요. 그리고 직사광선이 없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충분히 널어두었습니다. 이때 매실향이 기분 좋게 올라와요. 매실은 신의 선물입니다.

 

 

 

매실 꼭지 따기

 

매실 꼭지는 쓴맛을 나게 하므로 제거해야 한다고 합니다. 매실이 다 건조되고 나서 꼭지를 땄어요. 저는 이쑤시개로 하니 잘 안 돼서 티포크로 콕콕 집어냈습니다. 이때도 매실향이 참 좋게 느껴지고, 매실에는 보들보들한 솜털이 있어서 촉감도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전혀 귀찮지 않고 행복감이 느껴지는 일이었습니다.

몸에도 좋은 매실이 귀엽기까지 하다니...

 

 

 

매실청, 매실주 담그는 유리병

 

매실청과 매실주를 담아놓을 병으로는 작년에 "보르미올리 5L 유리병"을 써봤는데 만족스러워서 다시 구매했습니다. 크기도 넉넉하고 진공 상태 유지도 잘 되며 가격도 저렴합니다. 내열유리는 아니지만 열탕소독이 가능하니 그것도 좋아요. 새로 구매한 병을 열탕소독해서 건조해주고 안의 물기를 싹 말려줍니다. 길쭉한 유리병은 작년에 담은 매실주의 맛을 가족과 나누기 위해서 구매했어요.

 

이때 조금 심각한 고민을 했습니다. 5리터 유리병이 3개인데, 그중 1개를 매실주로 할지 2개를 매실주로 할지.. 사실 몸에 좋은 것은 매실주보다는 매실청이기에 술보다는 매실청을 더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는 있었어요.

 

 

 

완성된 매실주, 매실청

 

하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술이 이겼네요. 매실 5kg으로 매실주 2병, 매실청 1병을 담았습니다. 왜냐하면.. 매실청은 본가와 시댁에서 얻어오면 되니까요!!! ^^;;

 

매실과 설탕을 켜켜이 번갈아가며 비슷한 비율로 채우면 되고, 매실주는 마지막에 담금주를 붓습니다. 병의 윗부분까지는 너무 꽉 차지 않도록 했습니다. 가스가 발생하거든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병이 터지면 너무 무서우니까요. 보르미올리 유리병에 포함된 고무패킹을 이용해 꽉 잠가주고, 2~3일 뒤에 살짝 열어서 가스를 한번 빼줬습니다. 그때는 열려고 하면 병 안에 압이 가득 차 있는 게 느껴져요.

 

이제 담근 날짜를 알 수 있도록 라벨링 하고 1년 동안 기다리면 됩니다.

 

 

 

 

 

1년 숙성된 매실주

 

이것은 작년에 담아 1년 동안 숙성된 매실주인데요. 색깔이 확실히 다르죠? 설탕 비율도 그냥 눈대중으로 대충 넣었고 해서 맛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왠 걸요! 너무 맛있었습니다. 매실청이나 매실주를 담글 때 중간에 씨앗을 걸러서 독성을 빼주시는 분들도 있던데 게으른 저는 그렇게까지 못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독성이 제거된다고 하기에 그냥 1년 동안 열지 않고 푹~ 익혔어요. 😀

 

 

 

본가에서 나눔 받은 4년 숙성 매실청

 

집에 가니 엄마가 엄청나게 큰 항아리에 4년이나 숙성시킨 매실청이 있었습니다!! 대박. 엄마가 담아놓고 잊고 있었다고 하시기에 매실 알맹이 거르는 작업을 도와드리고 매실청을 얻어왔어요. 4년이나 돼서 향도 색도 더 진해요. 이런 매실청은 보약입니다.

 

 

매실청은 향긋하고 보드라운 매실이 1년 이상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 가장 좋은 것만을 짜내어 우리에게 주는 음식인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으로 기다림을 가질 수 있어 '먹는 수련'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듯합니다. 에너지가 좋은 음식으로 수련하기 좋은 신체를 만들어 나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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