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수련

겨울 비건 간식 - 모과청, 모과주 담그기

다함이 없는 등 2023. 12. 5. 14:10

겨울입니다. (훌쩍)

지난번 김장할 때 시골에서 커다란 모과를 가득 담아주셨어요.

농약도 맞지 않고 집 뒷산 나무에서 주렁주렁 열매를 맺은 모과.

뜨끈한 차로 즐길 겸, 모과청과 모과주를 담아보기로 합니다.

팔팔팔팔.. 열탕 소독

 

 

 

과일청 만들기의 1단계, 열탕소독

무슨 청이든 담그려면 그 첫번째는 유리병 마련이지요.

플라스틱 병에 해도 상관없지만 유리병은 열탕 소독해서 여러번 사용이 가능하니 유리병을 선호합니다.

작년에 담근 매실주를 홀랑 다 마시고 비워진 5L짜리 유리병을 열탕 소독합니다.

내열유리가 아니라고 되어있는 것도 찬물부터 시작해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문제가 없는 듯합니다.

(라고 쓰고 무서우니 끓는 동안 멀리 떨어져있기)

 

 

 

 

 

 

 

다 먹은 파스타 소스병과 잼 병도 끓여봤는데 괜찮았어요.

병은 잘 소독하여 내부를 물기없이 말려줍니다.

 

 

 

짜잔 오늘의 주인공

 

 

 

오늘의 주인공, 커다란 모과입니다.

상품용이 아니라 못생겼지만 모과는 원래 좀 못생겼죠. (미안)

그래도 상큼 달달한 향과 묵직한 느낌이 참 좋았어요.

매실청을 담글 때도 매실의 향과 솜털의 보들보들한 촉감이 너무 좋았는데,

과일청을 담근다는 것은 이렇게 지나치기 쉬운 이들 고유의 개성을 느껴보며

열매와 가까워지는 느낌을 들게 하네요. ^^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저마다 각각의 사랑스러운 부분을 지니고 있는 것이

새삼 이 우주가 얼마나 대단한지..

너무 익숙해서 우리가 모르지만, 매일매일을 기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커다란 모과가 여덟개나 됩니다.

소금으로 빡빡 씻고

집에서 가장 큰 솥을 두개나 꺼내어

이들이 충분히 담기도록 식초물을 만들고 담궈놓습니다.

 

 

모과 씨가 이렇게 생긴 줄 처음 알았습니다.

 

 

 

모과청 만들기의 가장 큰 난관, 모과 썰기

모과는 보기보다 엄청엄청 단단합니다.

저런 무시무시한 칼로도;; 잘 썰리지 않더라고요.

모과청을 만드시는 분들은 반드시 손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씨앗을 빼내고, 과육은 채칼로 썰어냅니다.

채칼이 없었다면 모과청 담기는 불가했을 것 같네요.

그나마 채칼로 썰어내니 잘 썰립니다.^^

썰면서 알게된 것 중 하나는, 모과는 썰어놓고 시간이 지나면 사과처럼 갈변하는 과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향이 너무 달콤하고 좋다고 무턱대로 씹었다간 떫은 맛을 느끼고 퉤퉤 하실것입니다.

 

 

코끼리? 개미핥기? 모양 생강

 

 

 

생강도 같이 넣으면 더 따뜻한 기운을 줄 것 같아

열심히 숫가락으로 껍질을 벗기고 썰어 넣었습니다.

 

 

 

 

 

 

병에 담기.. 공장처럼

모두 썰고 나니 모과가 한 솥 가득 나왔습니다. 😂😂

이런걸 바란 것은 아닌데...

일단 모과주는 설탕 없이 모과와 담금주만 담아봅니다.

모과가 향이 좋으니 설탕이 없어도 충분히 맛있을 것이란 기대 하에...

 

 

 

 

 

 

 

 

작은 병들에는 모과와 생강, 설탕을 번갈아가며 켜켜이 넣습니다.

계량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직감대로, 손가는 대로.

 

 

 

 

 

 

 

 

갑자기 웬 할머니 조끼냐고요.

생각보다 모과가 너무 넘쳐나서 담을 병이 모자라, 마실 겸 근처(?) 시골마트를 돌았습니다.

저 9천800원짜리 조끼를 보자마자 남편이 내꺼라고 꼭 사라고 해서 (ㅋㅋ)

입을 일이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촉감이 너무 부드럽고 따뜻하여 구매하고 말았지요.

의외로 저하고 아주 잘 어울립니다.

왜.. 왜 어울리는 건데 대체...

 

 

 

 

 

 

 

 

다시 돌아와, 완성한 맑은 모과주.

모과주는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너무 궁금하여 한 10일정도 뒤에 열어서 잠깐 맛을 봤는데, 아직 맛이 덜 들어 쓰지만 나름 모과향이 향기롭게 잘 배어가는 중입니다.

 

 

 

 

 

 

 

크고 작은 병들에 나머지 모과를 담아 모과청도 완성했습니다.

만들고 나서야 찾아보니 제가 만든 방법이 정석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그렇지만 뿌듯합니다.

그런데.. 약 2주의 숙성기간을 거치는 동안 얘네들이 숨이 죽어서 양이 거의 반으로 줄더라고요. ^^;;;

 

 

 

 

 

 

 

 

약 2주 후 맛 본 모과차는...

2주를 손꼽아 기다려, 아직 설탕이 덜 녹은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오픈!!

차를 타서 마셔보니 향이 제법 마음에 듭니다.

생강은 너무 조금이었는지 생강 맛은 어디로 가버리고 없네요 ^^;

모과 과육은 설탕에 절여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씹는 맛이 떫고 맛이 없습니다.

찻물만 홀짝홀짝 잘 즐겼습니다.

6개월 뒤 모과주 향도 무척이나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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