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회사원에서 요가원까지] 대기업에 다니면 좋을 줄 알았지.(1)

다함이 없는 등 2023. 8. 8. 15:13

30대 후반에 다가선 지금은 주변을 돌아보면 회사원이 아니어도 자신만의 길을 닦아 잘 사는 사람이 참 많아요.

그 중에는 20대 초반부터 힘든 시절을 겪어내며 본인에게 맞는 기술이나 먹거리를 키워온 사람도 많고요.

저도 20대 초반부터 그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을 가끔 하곤 합니다.

 

 

 

처음으로 버는 돈으로 차 사고, 취미도 즐기던 나의 20대 시절

 

 

직장인을 선택한 이유

사실 저는 기질적으로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지금은 장기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조금 말 잘듣는 노예처럼 다듬어진 부분이 있지만, 어릴 때는 고집이 많이 셌어요.

제가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학교가 너무나 재미없었고, 하고 싶은 디자인을 전공하기 위해서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들어간 대학교 공부도 재미는 없었지만(이 정도면 그냥 인생이 재미 없는 사람) 숨이 막히는 수준이었던 고등학교보다는 그래도 나았고, 전공을 살린 일을 한다면 그래도 삶이 조금 재미있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저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대학교 내내 등록금과 용돈을 마련하느라 돈걱정에 지쳐있는 상태였지요.

일단 돈을 많이 주고 안정적인 곳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뒷전이었어요.

물론 이것도 당연히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취업 어려운거야 너무 뻔한 얘기니 생략하고.

우여곡절 끝에 운이 좋게도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L사 가전제품 연구소였습니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듣던 날 아빠와 손뼉을 치며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빠는 일가 친척들에게 문자를 돌리며 자랑을 하셨어요.

 

저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회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 솔직히 자랑스러웠고요.

그것이 1등 노예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본인이 회사원인줄도 모르는... 병아리

처음 입사하여 팀 사람들과 점심식사를 하던 날, 같은 팀의 상사가 저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너는 원래부터 꿈이 회사원이었나?"

그 말을 들은 어리바리 신입인 저는 저는 뭔가 머리 속에 띵한 느낌을 가지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내가.. 내가 회사원인가? 디자이너가 아니라?'

ㅋㅋㅋ

 

저 질문을 해주신 상사와 2년 반을 같이 근무했는데, 인격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존경할 만한 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2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한 사람이 갓 들어온 신입 직원에게 저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그 속에 있으면서도 항상 깨어있으려는 노력을 하는 분인 듯 합니다.

 

 

L사에서 맡게 된 업무는 다행히도 전공과 어느정도 연관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름 재미도 있었습니다.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제가 있는 부서의 일을 조금 밀어주는 분위기였기에, 타 부서와 업무 협업도 잘 되었습니다.

 

 

좋은 상사, 적성에 맞는 업무, 대기업,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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